치매 예방의 핵심은 ‘인지 예비능’ — 서울대 치매 교수가 매일 하는 습관

이 글은 건강 정보를 정리한 것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거나
치료 방향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매는 여러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꼽힌다. 그런데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대비는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학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이자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인
묵인희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치매 예방의 출발점으로 ‘인지 예비능’을 키우라고
강조했다.7 이 글은 유튜브 채널 ‘건강구조대’가 소개한 묵 교수의 설명을
바탕으로,8 영상 속 주장을 의학·과학 자료로 교차검증해
(1) 인지 예비능이 무엇인지, (2) 운동·배움·수면이 뇌에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3) 오늘부터 점검할 항목
을 순서대로 정리한다.

치매는 정말 못 막나 — 먼저 ‘인지 예비능’부터

촘촘하게 연결된 신경망과 밝게 빛나는 뇌 — 뇌의 예비 능력을 나타낸 개념 이미지
인지 예비능은 뇌의 회로를 다양하게 만들어 손상을 보완하는 ‘뇌 근력’에 가깝다.

묵 교수가 말하는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은 뇌의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일부 회로가 망가져도 다른 회로가 이를 빠르게 보완하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몸의 근력을 키우듯
‘뇌 근력’을 키운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개념은 학계에서도 폭넓게 연구돼 왔다. 교육 수준, 직업의
복잡성, 사회·여가 활동 같은 요소가 쌓여 만들어진 예비능이 높을수록, 뇌에 알츠하이머 병변이
있어도 증상 발현이 늦춰지고 인지 기능이 더 오래 유지되는 경향이 관찰된다.1

규모도 무시할 수 없다. 평생에 걸쳐 독서·학습·문화 활동 같은 ‘인지적 자극’을 많이 쌓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증상 발현이 최대 수년 늦어졌다는 연구가 있다.2
같은 정도의 뇌 병변을 가지고도 한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차이가,
상당 부분 이 예비능에서 갈린다는 것이다.1

왜 교육 많이 받은 사람도 치매에 걸릴까

“평생 활발히 활동하고 교육 수준도 높은 사람이 왜 치매에 걸리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1994년, 83세에 알츠하이머병 진단 사실을
국민에게 직접 공개했다.6 예비능이 높다고 병 자체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예비능의 역할은 ‘발병 시점’을 미루고 ‘기능’을 오래 지키는 쪽에 있다.
활발한 사회 활동과 학습이 없었다면 훨씬 이른 나이에 증상이 드러났을 수 있다는 것이 묵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들도 예비능이 높은 사람은 치매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 단계에서
진행이 완만한 경향을 보인다고 본다.1 그래서 ‘완벽한 예방’이라는 구호보다
발병을 늦추고 관리 가능한 상태로 오래 유지한다는 현실적인 목표가 더 정확하다.
묵 교수 역시 치매를 “극복 불가능한 질병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관리 가능한 질병”으로 본다.

뇌가 젊어지는 운동, 딱 하나만 고른다면?

공원 산책로를 걷는 노년의 사람들 — 뇌 건강을 지키는 유산소 운동
거창한 운동보다, 대화하며 꾸준히 걷는 습관이 뇌에는 더 현실적이다.

운동은 크게 유산소와 근력으로 나뉜다. 묵 교수는 유산소 운동에 대해 “일주일에 몇 번, 심박수
얼마” 같은 목표에 얽매이기보다 그냥 꾸준히 걷는 것을 권한다. 버스·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는 정도의 일상 활동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혈류를 개선해 고혈압·
고지혈·혈당 지표를 낮추고, 몸에 쌓이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런 대사·혈관 건강은
치매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근력 운동은 조금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헬스장 기구가 아니어도 벽에 기대 뒤꿈치 들기,
앉아서 발목 돌리기처럼 집에서 반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근육이 단순한 ‘힘’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육은 운동할 때 이리신(irisin)이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혈액뇌장벽을 넘어 뇌에서 BDNF(뇌유래신경영양인자) 발현을 늘려 신경을
보호하고 새 연결을 촉진한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다.3 “허벅지 1cm를 늘리면
노후에 몇억을 버는 셈”이라는 영상 속 표현은, 근력이 뇌 건강과 노후 의료비 양쪽에 연결된다는
비유다. 운동과 독서 중 무엇이 나은지 궁금하다면
치매 예방 습관: 운동 vs 독서 비교도 함께 참고할 만하다.

새로운 걸 배우면 뇌에서 벌어지는 일

나이 들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조언에는 뇌과학적 근거가 있다. 뇌는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된
거대한 망으로 이뤄져 있는데, 새로운 자극과 학습이 들어오면 세포와 세포를 잇는 시냅스
늘어난다. 하나였던 연결이 열 개, 백 개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 성질을 신경 가소성이라
부른다. 얼마나 자극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는 계속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억지로 하는 학습보다, 좋아하는 것
배우는 편이 낫다.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즐거운 활동이 오래 간다.
혼자 틀어박혀 있는 것이 가장 나쁘고, 몸은 움직여도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일상, 그리고
“나는 못 해” 같은 부정적 사고도 좋지 않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등을 통해 뇌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런 인지 자극은 앞서 본 예비능을 직접 쌓는 활동이기도 하다.

치매 연구자가 매일 하는 습관 — 수면·걷기·식단·취미

어두운 침실에서 깊이 잠든 모습과 창밖의 고요한 밤 — 뇌 노폐물을 씻어내는 수면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낮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낸다.

묵 교수가 스스로 지키는 습관은 특별하지 않다. 첫째는 수면이다. 자는 동안 뇌는
낮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낸다. 뇌의 노폐물 청소 통로인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
특히 깊은 수면 단계에서 활발해져 아밀로이드 베타 같은 물질을 배출하는데, 이는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단백질이다.4 수면 시간도 중요하다. 중장년의 수면이 6시간 이하로
짧으면 이후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가 있으며, 대체로 7시간 안팎
권장된다.5 다만 양보다 질이 먼저다 — 자기 전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각성을 유발하므로 멀리 두고,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깊은 잠에 도움이 된다.

둘째는 걷기다. 되도록 운전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걸을 일을 늘린다. 셋째는
식단으로, 기름진 음식보다 채소와 견과류를 챙긴다. 넷째는 취미다.
묵 교수는 직업상 늘 새로운 것을 읽고 쓰지만, 그 외에 어릴 적 꿈이던 피아노를 주말마다 친다고
한다. 수면과 치매의 관계를 더 알고 싶다면
치매 예방과 숙면의 관계를 참고할 수 있다.

치매 환자를 대하는 가족이 피해야 할 한마디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이미 진단받은 환자를 대하는 태도다. 치매 환자도 감정을 느끼고 반응한다.
다만 가족이 기억하던 예전 모습과 달라졌을 뿐이다. 이때 “왜 그래?”라며 이상하게 여기거나 표정에
불편함이 드러나면, 환자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스스로 위축된다. 묵 교수는 옛 기억과
자꾸 비교하지 말고, 새로운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받아들여 지금 상태에 맞춰 대응
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한계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위의 습관들은 위험을 낮추고 발병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요인이지, 특정 운동이나 음식이 치매를 ‘치료’한다는 뜻은 아니다.
유전·나이 같은 바꿀 수 없는 요인도 있다. 기억력 저하가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생활 습관에만
기대지 말고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것, 즉 고립되지 않는 것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중요하다.

결론 — 오늘부터 점검할 것

치매 예방의 핵심을 한 줄로 줄이면, 뇌를 자극해 인지 예비능을 꾸준히 쌓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보다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작은 습관이 오래 간다. 다짐 대신, 앞으로 몇 주 동안
다음을 스스로 점검해보자.

  1. 지난 일주일, 대화를 나누며 걷거나 사람을 만난 날이 며칠이었나?
  2. 새로 배우거나 즐기는 활동(악기·노래·취미)이 하나라도 있는가?
  3. 근력 자극(뒤꿈치 들기·발목 돌리기 등)을 생활 속에서 하고 있는가?
  4. 수면은 7시간 안팎으로, 깊게 자는 편인가? 자기 전 스마트폰은 멀리 두는가?
  5. “나는 못 해” 같은 부정적 사고나 사회적 고립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다섯 항목 중 몇 개나 ‘그렇다’인지 세어보는 것만으로 방향이 보인다. 두려워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 — 그것이 뇌 근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참고 자료

  1.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 — 교육·직업·활동이 뇌 병변에도 인지 기능을 오래 유지시키고 증상 발현을 늦춘다.
    Alzheimer’s Research UK — Cognitive reserve and dementia risk
  2. 평생에 걸친 인지 활동(독서·학습·문화)이 많을수록 치매 증상 발현이 최대 수년 늦어졌다는 연구.
    Neuroscience News — Lifelong Learning Linked to Alzheimer’s Onset Delay
  3. 운동으로 근육에서 분비된 이리신(irisin)이 혈액뇌장벽을 넘어 해마의 BDNF 발현을 늘려 신경을 보호한다는 리뷰.
    PMC — Aerobic exercise–induced myokine irisin and neuroprotection
  4. 글림프 시스템이 깊은 수면 중 아밀로이드 베타 등 뇌 노폐물을 청소한다.
    UsAgainstAlzheimer’s — Deep Sleep and Brain ‘Cleaning’
  5. 중장년의 짧은 수면(6시간 이하)이 이후 치매 위험 증가와 연관 — 대규모 추적 연구(약 7시간 권장).
    Nature Communications — Sleep duration and incidence of dementia
  6. 로널드 레이건, 1994년(83세) 알츠하이머병 진단 사실 공개.
    디멘시아뉴스 — 레이건 대통령의 알츠하이머병 공개
  7. 묵인희 교수 — 서울대학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단장, 30년 이상 알츠하이머 연구.
    위키백과 — 묵인희
  8. 원 영상 — 유튜브 ‘건강구조대’, 「”평생 치매 안 걸린다” 치매 교수인 나도 매일 하는 굳은 뇌 되살리는 최고의 방법 ‘1가지’ (묵인희 교수 3부)」.
    youtube.com/watch?v=_trM_qrKKSo

※ 위 습관은 위험을 낮추고 발병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요인이며, 특정 활동이 치매를 치료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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